
포뮬러 1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2026년 규정 대전환을 앞두고, 메르세데스 팀 대표 토토 울프가 팀의 현재 준비 상황에 대해 솔직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2013년 겨울, 새로운 규정 시대를 앞두고 느꼈던 확신과 현재의 분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본 글에서는 울프의 발언을 중심으로 메르세데스의 현 위치와 2026년 규정 변화가 포뮬러 1 전체에 갖는 의미를 분석한다.
2013년 겨울과 비교된 메르세데스의 현재 위치
2013년 겨울의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은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2014년 하이브리드 파워유닛 규정 도입을 앞두고 메르세데스는 경쟁팀 대비 훨씬 이른 시점부터 V6 터보 하이브리드 개발에 자원을 집중했고, 내연기관과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통합하는 설계에서 명확한 우위를 확보했다. 당시 팀 내부에서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실제로 2014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그 자신감은 트랙 위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증명됐다. 반면 2026년 규정을 앞둔 현재의 메르세데스는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토토 울프가 언급했듯, 지금은 경쟁팀들의 기술적 준비 상태를 과거처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메르세데스의 역량이 약화됐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기술 규정의 복잡성과 경쟁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2013년에는 규정 변화의 핵심이 파워유닛에 집중돼 있었고, 메르세데스는 그 한 축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2026년은 파워유닛, 섀시, 공력, 에너지 관리가 동시에 재편되는 다층적 변화다. 또한 경쟁 구도 자체도 과거와 다르다. 2013년 당시에는 일부 제조사가 하이브리드 전환에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팀이 규정 초기부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메르세데스가 “확실한 선두 주자”라는 전제를 갖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메르세데스가 과거처럼 규정 변화의 수혜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이 아니라, 이번에는 누구도 쉽게 승자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2년 이후의 시행착오와 교훈
메르세데스의 신중한 태도는 2022년 규정 변화 이후 겪은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라운드 이펙트 중심의 차체 규정이 도입되며 팀은 과감한 ‘제로 포드(Zero-pod)’ 콘셉트를 선택했다. 이는 공기 흐름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바닥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였지만, 실제 트랙에서는 포포이징 문제와 세팅 난항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는 기술적 창의성과 실전 성능 사이의 간극을 뼈아프게 체감했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규정 해석의 미세한 차이와 현실적인 주행 조건을 완벽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레드불이 보다 보수적인 차체 철학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한 것과 대비되며, 메르세데스는 규정 초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 이 경험은 팀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규정 변화 국면에서 ‘가장 영리한 해석’이 항상 ‘가장 빠른 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울프가 과거와의 단순 비교를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년의 성공 경험이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2026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유연성과 리스크 관리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2026년 규정이 갖는 구조적 변화
2026년 규정은 포뮬러 1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전환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단순히 파워유닛 출력 비율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차량 전체의 설계 철학이 새롭게 정의된다. 차체는 소형화되고 무게는 줄어들며, 앞뒤 날개에는 능동 공력(Aero) 시스템이 도입돼 직선과 코너에서 서로 다른 공력 특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드라이버의 주행 스타일과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파워유닛 측면에서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의 출력 비중이 50:50으로 조정되며, 전기 에너지 관리 능력이 성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특히 지속가능 연료 사용과 에너지 회수 효율의 균형은 단순한 출력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제어 기술의 중요성을 극대화한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엔진 강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울프가 말한 “경쟁팀들의 준비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표현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각 팀은 동일한 규정 아래서도 서로 다른 기술적 선택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실제 성능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이는 2014년처럼 규정 초기부터 한 팀이 독주하는 시나리오가 반복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메르세데스의 태도
현재 메르세데스의 가장 큰 변화는 기술적 접근 이전에 ‘태도’에 있다. 2013년에는 규정 변화가 곧 기회라는 인식이 팀 전반을 지배했고, 자신감이 전략 결정의 중심에 있었다. 반면 지금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울프는 이를 두려움이 아닌, 성숙한 조직의 징후로 바라본다. 메르세데스는 과거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자신들의 위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조직 운영, 드라이버 라인업, 장기 프로젝트 관리 방식에도 반영되고 있다. 확실한 우위를 장담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중시하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2026년 규정은 단발성 승부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이를 전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과거의 지배자에서 미래의 도전자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메르세데스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F1 시대에 맞는 팀으로 재정비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토토 울프의 발언은 메르세데스가 2026년 규정 전환기를 과거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2013년 겨울의 확신과 기대 대신, 지금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신중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단지 메르세데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포뮬러 1 전체가 맞이할 새로운 경쟁 환경을 상징한다. 울프의 현실적인 진단은 2026년 이후 펼쳐질 포뮬러 1의 새로운 판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