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시즌 개막전 호주 그랑프리는 프리시즌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진짜 전력을 드러내는 무대였다. 테스트에서는 연료량, 엔진 모드, 타이어 프로그램이 모두 비공개이기 때문에 성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맥라렌은 겨울 동안 진행한 공력 패키지 개선과 냉각 구조 변경으로 다운포스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고, 페라리는 루이스 해밀턴의 영입으로 분위기 자체를 바꾸었다. 팀 내부에서는 “우리는 이제 변화를 위해 단순히 기다리지 않는다, 해밀턴이 방향을 만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 레드불은 RB21이 고속 코너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예상보다 까다로운 출발을 했다. 여기에 여섯 명의 루키들이 동시에 데뷔를 앞두며 팬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맥라렌 우승, 페라리의 흔들림, 레드불의 페이스 부족
맥라렌은 FP 세션에서 롱런과 퀄리랩 모두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었다. 노리스는 타이어 그립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페이스 유지 능력이 뛰어났고, 피아스트리는 홈 팬들의 응원 속에서 공격적인 세팅으로 우승까지 노렸다. 그러나 세이프티카 이후 강하게 밀어붙이던 순간 잔디로 벗어났고, 이는 포디움에서 밀려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었다. 노리스는 전략 팀과의 소통으로 타이어 온도를 즉시 회복했고,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페라리는 주말 내내 상승과 하락이 반복됐다. 해밀턴은 브레이크 밸런스와 트랙션이 예상과 다르다며 세팅에 어려움을 겪었고, 르클레르는 빠른 페이스를 보여줬지만 중위권 트래픽에서 시간을 잃으며 8위에 머물렀다.
여기에 레드불은 예상 밖으로 고전했다. RB21은 고속 코너 안정성이 떨어졌고, 파워 유닛 열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베르스타펜은 “차가 움직일 때마다 균형이 달라진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세르히오 페레즈 또한 타이어 윈도우를 찾지 못해 페이스가 들쑥날쑥했다. 레드불이 레이스 초반부터 양쪽 드라이버를 다른 전략으로 분리한 것은 그만큼 데이터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루키들의 난폭한 현실
루키들의 주말은 한 마디로 혹독했다. 리암 로슨은 알버트 파크 경험이 없어 FP 세션마다 적응에 시간을 쏟았고, 타이어 온도를 잡는 데 어려움이 컸다. FP3에서는 파워 유닛 문제로 주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퀄리파잉에서 Q1 탈락했다. 메인 레이스에서는 피트 레인 스타트를 선택했으나 젖은 노면에서 미디엄 타이어를 유지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독이 되어 스핀 후 리타이어했다.
하스의 올리버 베어만은 FP1 사고, FP2 불참, FP3 스핀, 그리고 퀄리파잉 기어박스 문제까지 겹치며 악몽 같은 데뷔전을 보냈다. 레이싱불의 아이작 하자르는 포메이션 랩에서 스핀하며 리타이어했고, 충격에 멘탈이 흔들린 그를 루이스 해밀턴의 아버지 앤서니 해밀턴이 직접 위로해 많은 팬들을 울렸다.
이 과정에서 레드불의 시선도 루키들에게 쏠렸다. 레드불 주니어 프로그램은 항상 압박이 심한 팀으로 유명한데, 이번 데뷔전에 집중된 미디어의 시선은 신인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었다. 잭 두한, 사인츠, 알론소도 사고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며 데뷔와 현실의 간극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경험이 만든 레이스 운영
혼란 속에서도 경험은 빛났다.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은 중계 화면에 자주 잡히진 않았지만 꾸준하고 깨끗한 레이스 운영으로 3위를 거머쥐었다. 안토넬리는 루키임에도 상황 판단과 타이어 관리를 완벽히 해내며 4위를 기록했다. 알본은 윌리엄스의 부족한 속도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5위를 차지했다. 휠켄베르크와 스트롤은 어려운 노면 조건에서도 포인트를 챙기며 노련함을 보여줬다. 해밀턴은 새 머신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음에도 마지막 포인트를 챙기며 “결과보다 팀을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드불은 레이스 중반부터 뒤늦게나마 리커버리 레이스를 시도했다. 베르스타펜은 타이어 전략을 바꾸며 추월을 만들어냈고, 페레즈는 스티어링 밸런스를 조정해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맥라렌과 비교하면 여전히 속도가 부족했고, 코너에서의 불안정성이 해결되지 않아 상위권 진입은 실패했다. 레드불이 고전하는 드문 장면은 F1의 경쟁 구도가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였다.
2025 호주 그랑프리는 단순한 개막전이 아니라 팀의 방향성을 보여준 레이스였다. 맥라렌은 우승으로 시즌의 주도권을 잡았고, 페라리는 발전의 여지가 많음을 확인했다. 루키들은 쓰러지고 흔들렸지만, 그 경험은 곧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레드불의 부진은 이번 시즌이 “누구나 우승할 수 있는 시즌”임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올해의 승자는 가장 빠른 팀이 아니라 가장 빨리 진화하는 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