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포뮬러1 시즌의 여섯 번째 무대, 모나코 그랑프리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이몰라에서의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레드불의 맥스 베르스타펜이 다시 한 번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번에는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가 전설적인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완벽한 주행으로 커리어 첫 모나코 우승을 차지했다. 새로운 타이어 규정과 예측 불가능한 전략 싸움 속에서 펼쳐진 이 레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했다.
새로운 규정이 만든 혼돈의 모나코
2025 모나코 그랑프리는 기존 포맷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타이어 세트 규정을 도입했다. 모든 드라이버가 동일한 세트의 타이어를 사용해야 했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반드시 두 번의 피트스톱을 해야 했다. 이 규정으로 인해 각 팀은 퀄리파잉 세션부터 신중한 타이어 운용 전략을 세워야 했다. 어떤 세트를 예선에 사용할지, 메인 레이스까지 어떤 타이어를 남길지 계산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하지만 모나코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퀄리파잉이 가장 중요하다. 좁은 도로, 추월이 거의 불가능한 레이아웃,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걸 결정짓는 서킷. 결국 이번에도 ‘풀포지션을 잡는 자가 승리를 잡는다’는 공식을 증명했다. 맥라렌은 과감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 Q3 세션에서 노리스에게 두 번의 플라잉 랩을 시도할 수 있도록 연료를 주입했고, 그 결과 노리스는 1분 9초 954라는 모나코 랩 레코드를 세우며 페라리의 샤를르 클레르를 제치고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도 클레르는 2번 그리드에 머물러야 했다.
랜도 노리스, 완벽에 가까운 우승
메인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노리스는 1번 코너에서 잠시 타이어 락업을 일으켰지만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이후 혼란스러운 타이어 전략과 여러 번의 피트스톱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맥라렌은 노리스에게 안정적인 페이스로 레이스를 운영하도록 지시했고, 그는 차분하게 각 랩을 관리하며 78랩을 완주했다. 샤를르 클레르는 마지막까지 노리스를 압박했지만, 모나코의 좁은 코스는 추월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클레르는 홈 그랑프리 2년 연속 우승에 실패하며 2위를 차지했다. 같은 팀의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몇 차례 불안한 주행에도 불구하고 3위를 차지하며 맥라렌의 더블 포디움을 완성했다. 반면 레드불의 베르스타펜은 모나코의 새로운 규정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세이프티카 혹은 레드 플래그 상황을 노리며 피트스톱을 미루는 전략을 선택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4위로 체커기를 받으며 연승 행진이 끊겼다. 이외에도 루이스 해밀턴이 5위, 레이싱불의 아이작 하자르가 6위, 하스의 에스테반 오콘이 7위에 올랐고, 리암 로슨이 8위로 더블 포인트를 이끌었다. 윌리엄스의 알렉산더 알본과 카를로스 사인츠가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하며 포인트를 챙겼다.
팀 전략과 기술의 전쟁
모나코는 스트리트 서킷이지만, 각 팀에게는 기술적 도전의 장이기도 하다. 좁은 코너와 급격한 고저차에 대응하기 위해 팀들은 전용 프런트 서스펜션과 리어 윙, 브레이크 덕트를 별도로 제작한다. 하지만 2025년부터 예산 상한제가 강화되면서 많은 팀이 이전 시즌 파츠를 재활용했다. 맥라렌은 미디엄 하이 다운포스 리어 윙을 도입해 코너 탈출 속도를 개선했고, 에스턴 마틴은 프런트 윙의 각도를 높여 다운포스를 극대화했다. 페라리와 윌리엄스는 작년 리어윙을 재사용하며 효율성을 선택했다. 이런 기술적 접근의 차이는 모나코처럼 세밀한 서킷에서 순위로 직결되었다. 또한, 레드불을 떠나 에스턴 마틴으로 이적한 전설적인 엔지니어 아드리안 뉴이가 처음으로 새로운 팀 유니폼을 입고 패독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에스턴의 새 시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뮬레이터 정확도가 낮아 실제 차량 피드백과의 차이를 줄이는 데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기술적 통찰은 여전히 F1의 중심에서 주목받고 있다.
논란의 페널티와 레이스 막판의 긴장감
이번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는 드라이버 간 페이스 조절과 의도적인 속도 저하가 큰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레이싱불과 윌리엄스가 중위권 경쟁을 지연시키며 상위권 팀의 전략에 영향을 준 부분은 드라이버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은 알본의 의도적인 감속을 피하기 위해 시케인을 커팅했지만, 스튜어드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드라이브 스루 페널티’를 부과했다. 평소라면 5초나 10초 벌점에 그칠 사안이었기에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경기 후 윌리엄스 팀 보스 제임스 바울스는 “새로운 규정 때문에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고, 메르세데스의 토토 볼프는 “이해는 하지만 이런 방식은 F1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모나코의 새로운 규정은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불완전함도 드러냈다.
2025 모나코 그랑프리는 단순한 레이스가 아니었다. 새로운 규정, 예측 불가능한 타이어 전략, 그리고 드라이버들의 냉정한 판단이 한데 어우러진 완벽한 드라마였다. 랜도 노리스는 이번 우승으로 ‘단순한 유망주’에서 ‘월드클래스 드라이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베르스타펜과 클레르가 다시 도전장을 내밀겠지만, 이번 경기만큼 박진감 넘치는 모나코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포뮬러1의 상징적인 무대 모나코는 언제나 그렇듯,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