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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F1 알파인 시즌 리뷰 (피에르가슬리, 숨은영웅, 팀재건)

by papajuju 2025. 12. 29.

피에르 가슬리

 

2025년 포뮬러1 시즌은 알파인에게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최하위라는 성적표 속에서도, 단 한 명의 드라이버는 끝까지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바로 피에르 가슬리다. 머신 성능, 개발 중단, 팀 재편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가슬리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고, 2025 시즌의 ‘숨은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파인에게 최악이었던 2025 시즌

알파인 F1 팀의 2025 시즌은 단순한 하위권 성적을 넘어, 구조적 한계를 노출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최하위라는 결과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기술 개발 방향, 조직 운영, 그리고 중장기 전략 판단이 동시에 흔들렸음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진 성적 정체가 2025년에 이르러 명확한 ‘바닥’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이 시즌은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A525 머신의 경쟁력 부족은 시즌 초반부터 분명했다. 저속 코너에서의 기계적 그립 부족, 고속 구간에서의 다운포스 손실, 그리고 서킷 특성에 따른 세팅 윈도우의 극단적인 협소함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이는 특정 서킷에서는 경쟁력을 보이다가도, 환경이 조금만 달라지면 순식간에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싱가포르에서의 예선 참패는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집약적 결과였다. 여기에 르노 파워유닛의 성능 열세가 겹치며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출력과 에너지 회수 효율 모두에서 경쟁 엔진 대비 열세를 보이면서, 섀시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가 전무했다. 결국 팀은 6월 이후 2025년 개발을 사실상 포기하고 2026년 규정 대응에 자원을 집중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략적으로는 이해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시즌을 치르는 구성원들에게는 극도로 가혹한 환경을 만들었다.

피에르 가슬리, 숫자보다 가치가 컸던 시즌

피에르 가슬리의 2025 시즌 성적은 표면적으로 보면 커리어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이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맥락을 무시한 평가에 가깝다. 알파인의 경쟁력 수준을 고려할 때, 가슬리의 시즌은 오히려 ‘기대치를 상회한 퍼포먼스’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는 제한된 도구 속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예선 성과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다. 시즌 내내 가슬리는 머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랩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냈다. 바레인, 바르셀로나, 실버스톤 등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서킷에서 Q3 진출과 상위권 그리드를 확보했다는 점은, 단순한 우연이나 특정 조건 덕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드라이버의 감각, 리스크 관리 능력, 그리고 세팅 이해도가 결합된 결과다. 결승에서도 마찬가지다. 포인트 획득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 팀들과의 상대적 위치였다. 가슬리는 종종 더 빠른 머신을 상대로 전략과 주행으로 순위를 지켜냈고, 일부 레이스에서는 미드필드 상위권 싸움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 이는 알파인이 ‘항상 최하위’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는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숫자만 보면 실패지만, 내용 면에서는 드라이버의 가치를 증명한 시즌이었다.

팀 리더로서의 역할과 내부 평가

2025 시즌에서 가슬리가 수행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순한 포인트 메이커가 아니라, 팀의 기준점이었다는 점이다. 오콘의 이탈 이후 알파인은 사실상 명확한 리더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이는 개발 방향성과 팀 사기 측면에서 큰 리스크였다. 이 공백을 메운 인물이 바로 가슬리였다. 그는 엔지니어들과의 기술적 소통에서 중심축 역할을 했고, 개발이 중단된 이후에도 세팅 데이터와 레이스 운영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 이는 단기 성과와 무관하게, 2026년 머신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파워유닛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드라이버의 일관된 기준 피드백은 팀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팀 내부 평가는 이러한 공헌을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스티브 닐슨의 발언은 단순한 격려 차원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에도 팀을 떠받친 리더십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으로 해석된다. 성적이 아닌 태도와 기여도가 평가된 시즌이라는 점에서, 가슬리의 입지는 오히려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2026년 이후를 향한 기대

가슬리의 장기 계약 연장은 알파인이 단기 성적보다 구조적 재건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정이다. 이는 드라이버와 팀이 동일한 시간축 위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2026년 메르세데스 파워유닛 도입은 알파인에게 기술적 리셋의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파워유닛 변경이 곧바로 경쟁력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와 같은 명확한 출력·효율 열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섀시와 공력 개발의 기준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이 과정에서 가슬리처럼 팀과 개발 방향을 공유하는 드라이버의 존재는 결정적이다. 2025 시즌은 기록상 실패로 남겠지만, 역사적으로는 재건의 전 단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슬리가 있었다는 점은, 2026년 이후 알파인의 성과를 해석하는 중요한 맥락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