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F1 시즌의 반환점을 향해 가는 시점, 오스트리아 레드불 링에서 열린 그랑프리는 시즌 흐름을 다시 한 번 뒤흔들었습니다. 맥라렌은 캐나다 GP에서의 아쉬움을 딛고 완벽한 원투 피니시로 반등했고, 페라리는 대규모 플로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희망적인 신호를 보였으며, 레드불은 홈 그랑프리에서 믿기 힘든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스트리아 GP의 주요 하이라이트와 각 팀의 전략, 의미 있는 기술 변화까지 자세히 리뷰해보겠습니다.
맥라렌의 반격: 노리스-피아스트리, 완벽한 팀워크로 시즌 3승
맥라렌은 캐나다 GP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포디움을 놓치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그야말로 전력의 진면목을 보여주었습니다. 레드불 링은 고속 직선과 급회전이 반복되는 트랙 특성상 차량의 밸런스와 트랙션 관리가 핵심인데, 맥라렌은 이 서킷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며 완벽하게 반등했습니다. 퀄리파잉에서는 랜도 노리스가 2번 그리드의 샤를 르클레르보다 무려 0.5초 이상 빠른 타임을 기록하며 폴포지션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건, 노리스의 랩이 단순히 빠르기만 했던 게 아니라, 각 섹터별에서 고르게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3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첫 랩에서 샤를을 재치며 2위로 올라섰고, 이후 레이스 내내 팀 동료 노리스를 DRS 범위 내에서 압박했습니다. 피아스트리는 한 차례 4번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며 안쪽 라인을 파고들었으나 락업이 발생했고, 이후 팀 라디오를 통해 무전으로 자제를 지시받았습니다. 레이스 후 그는 "추월은 무리였지만, 팀의 결정에 공감한다"고 밝혔고, 팀 감독 스텔라도 피아스트리의 빠른 판단과 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결국 노리스는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피아스트리는 2위를 지켜 맥라렌은 다시 한 번 원투 피니시를 완성했습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팀 내 경쟁 구도에서의 균형과 전략 수행 능력을 입증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파파야 룰’이라 불리는 공정 경쟁 원칙 아래 두 드라이버는 철저히 레이싱으로 승부했고, 맥라렌은 기술과 조직력 모두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페라리의 전략 변화와 기술 실험: 반은 성공, 반은 숙제
페라리는 이번 오스트리아 GP에서 올 시즌 최대 규모의 업그레이드를 투입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플로어 디자인이었으며, 특히 바닥면에서의 공기 흐름을 재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플로어 펜스, 플로어 엣지, 디퓨저 구조가 변경되면서 다운포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세팅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퀄리파잉 랩 성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실제로 샤를 르클레르는 퀄리파잉에서 2위에 오르며 희망을 보였지만, 레이스에서는 맥라렌 듀오에 크게 밀리며 3위로 마무리했습니다. 타이어 마모와 온도 관리에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극한의 랩 타임을 요구하는 퀄리파잉에서 차량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페라리가 레이스 초반부터 드라이버들에게 ‘리프트 앤 코스트(브레이크 전 가속을 줄여 감속하는 주행 방식)’를 명령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는 연료 절약이나 타이어 관리 전략으로 사용되지만, 이번엔 규정상 허용된 스키드 블록의 마모 제한을 초과하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샤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차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타이어 온도를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는 레이스에서 포디움을 확보하며 성능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퀄리파잉에서의 일관성 부족, 고온 상황에서의 타이어 수명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레드불의 홈 GP 악몽: 베르스타펜 리타이어, 안토넬리 사고 논란
홈 그랑프리였던 레드불의 2025 오스트리아 GP는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1랩 3번 코너에서 벌어진 사고는 시즌 초반 최고의 이야기거리 중 하나로 꼽히게 됐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루키 드라이버 키미 안토넬리는 리암 로슨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더티 사이드에서 브레이크를 밟다가 락업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코너를 돌고 있던 맥스 베르스타펜과 충돌하며 두 차량 모두 리타이어하게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안토넬리는 "의도된 공격적인 주행이 아니었다"고 밝혔고, 베르스타펜도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실수였다”며 이해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FIA는 안토넬리에게 사고 과실을 인정하고 다음 영국 GP에서 3그리드 강등 페널티를 부과했습니다. 한편 레드불은 유키 츠노다 역시 부진하며 포인트 획득에 실패했고, 홈 그랑프리에서 단 한 명의 드라이버도 포인트를 얻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베르스타펜은 리타이어 이후 자신이 소속된 ‘베르스타펜 닷컴 레이싱’ 팀이 출전한 스파 24시 내구레이스를 시청하며 위안을 삼았다는 일화도 전해졌습니다. 이날의 사고는 단순한 사고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레드불의 전략, 신인 드라이버의 경험 부족, 그리고 압박감 속에서의 실수가 겹쳐진 결과이며, 홈 팬들 앞에서 기대를 저버린 뼈아픈 하루였습니다. 다음 실버스톤 그랑프리에서는 명예 회복이 절실합니다.
오스트리아 GP는 맥라렌의 독주, 페라리의 실험, 레드불의 위기를 모두 담은 레이스였습니다. 기술력, 전략, 드라이버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즌 중반을 향한 전환점이 되었고, 상위권 판도에 뚜렷한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실버스톤에서는 어떤 반전과 승부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영국 그랑프리는 이번 시즌 가장 뜨거운 한 주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