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F1 이탈리아 그랑프리는 시즌의 분수령이 된 레이스였다. 홈 그랑프리인 네덜란드에서 우승을 놓쳤던 맥스 베르스타펜은 이몰라 이후 무려 112일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몬자 서킷은 새로 포장된 노면 덕분에 예년보다 타이어 마모가 줄었고, 피렐리의 내구성 향상 타이어와 맞물리며 팀 간 전략 차이가 줄어드는 독특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특히 후방 그립이 강점인 맥라렌의 장점이 크게 희석된 반면, 직선 위주의 서킷 특성상 레드불의 약점이었던 언더스티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아 베르스타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몬자 서킷의 변화와 베르스타펜의 완벽한 부활
금요일 연습 세션부터 레드불은 극단적인 로우 다운포스 셋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엔지니어진은 반대했지만 베르스타펜은 자신만의 감각을 믿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퀄리파잉에서 1분 18초 869의 새로운 랩 레코드를 세우며 0.007초 차이로 노리스를 제치고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레이스 당일, 베르스타펜은 1번 코너에서 노리스와의 경합 끝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단 두 바퀴 만에 DRS를 활용해 재역전했다. 이후 26랩 동안 평균 0.24초씩 간격을 벌리며 완벽한 레이스를 이끌었다.
하드 타이어로 교체한 이후에도 베르스타펜의 페이스는 꾸준했다. 전방 타이어 마모가 눈에 띄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 저하 없이 19초 이상의 격차로 체커플래그를 통과했다. 이는 레드불과 베르스타펜이 여전히 정상급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한 장면이었다. 2022~2023년의 지배적인 시절을 연상케 하는 완벽한 복귀였다.
맥라렌의 팀 오더 논란과 레이스 전략
맥라렌은 이번에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피트 스톱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피아스트리와 노리스는 레이스 막판 피트 순서와 교체 타이밍 문제로 자리 다툼을 벌였다. 노리스는 피트 타임이 지연되며 피아스트리에게 언더컷을 허용했고, 결국 팀 오더로 순위를 맞바꿔야 했다. 팀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즌 후반부 두 드라이버 간 심리적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기 후 안드레아 스텔라 팀 대표는 “팀의 철학은 공정함과 합리성에 기반한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순위와 상관없이 내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오더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만약 시즌 막판 노리스와 피아스트리 간 순위 경쟁이 격화된다면, 오늘의 결정이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의 토토 울프는 “이런 팀 오더는 번복하기 어렵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페라리의 부진과 메르세데스의 한계
홈 레이스를 맞은 페라리는 샤를 르클레르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4위에 머물렀다. Q3 첫 랩은 거의 완벽했지만, 맥라렌과 레드불의 페이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르클레르는 “완벽한 랩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오늘은 그나마 최고였다”고 말했지만, 티포시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턴은 10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피트 전략 지연으로 언더컷 기회를 놓치며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는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차의 감각이 조금은 돌아왔다”고 평가하며 팀의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윌리엄스의 알본이 7위로 선전했고, 자우버의 볼투레토가 8위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의 유망주 키미 안토넬리는 9위로 포인트를 획득하며 미래 가능성을 증명했다. 피트레인에서 출발한 레이싱 불스의 아유자 카자가 10위를 차지하며 마지막 포인트를 챙긴 것도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상위권 팀과 중위권 팀 간 격차가 좁아진 점이 이번 몬자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이번 이탈리아 그랑프리는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베르스타펜은 자신만의 감각으로 레이스를 지배하며 다시 한 번 ‘F1의 황제’임을 입증했다. 반면, 맥라렌은 내부의 균형과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페라리의 부진과 메르세데스의 정체 속에서 시즌 중반 이후 챔피언십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제 무대는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스트리트 서킷으로 이동한다. 직선이 길고 벽이 가까운 그곳에서 이번 몬자의 결과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