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뮬러1(F1)에서 ‘드라이빙 스탠다드 가이드라인’은 경기 중 사고 판단과 페널티 부과의 기준이 되는 핵심 문서다. 하지만 이 지침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판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FIA와 드라이버들 간의 공개적인 논쟁 속에서, 단순한 규칙과 경험 많은 판정자의 중요성이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현재 논쟁의 핵심과 제안된 개선 방향을 정리한다.
드라이빙 스탠다드 가이드라인이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
F1의 드라이빙 스탠다드 가이드라인은 본래 판정의 주관성을 줄이고, 스티워드 간 판단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추월 시 선두권 확보 기준, 코너 진입 시 차량 위치, 탈출 과정에서의 조향과 트랙 리미트 준수 여부 등 레이스 중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체계화하려는 의도였다. 이는 글로벌 스포츠로서 F1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문서는 ‘판정 가이드’에서 ‘준규칙집’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됐다. 특정 사고 사례가 논란이 될 때마다 보완 조항이 추가되었고, 예외를 설명하기 위한 예외가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낳는 구조가 형성됐다. 결과적으로 규칙의 목적이었던 명확성은 약화되고, 문서 해석 능력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규칙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규칙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고속·고위험 환경에서 발생하는 레이스 상황은 본질적으로 유동적인데, 이를 문서로 완전히 규정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드라이버들이 느끼는 불만과 현실적인 문제
드라이버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가이드라인이 실제 레이스의 물리적·심리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코너 진입 각도, 앞차와의 오버랩 비율, 차량 통제 상태 등을 사후적으로 정밀 분석해 판정을 내리다 보니,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레이싱이 아닌 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느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레이스 상황에서는 시야 제한, 타이어 상태, 연료 하중, 상대 드라이버의 움직임 등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지침은 이를 단순화된 기준으로 환원해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드라이버들은 공격적인 레이싱을 시도하기보다, 페널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많은 드라이버들이 과거 판정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회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에는 명확한 원칙 아래 스티워드의 재량이 더 크게 작용했고, 드라이버들은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규칙을 아는 것보다, 규칙이 어떻게 해석될지를 예측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FIA와 드라이버 간 논의, 그러나 해결은 미진
지난 시즌 중반, FIA와 드라이버 대표들은 공식 회동을 통해 드라이빙 스탠다드 가이드라인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 모두 현재 지침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뚜렷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FIA는 글로벌 스포츠로서 판정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명문화된 기준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드라이버들은 기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지나친 세분화가 오히려 판정 불신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동은 문제 인식 수준에 머물렀고, 구조적인 개편이나 즉각적인 단순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러한 미진한 결과는 논쟁이 장기화되는 원인이 됐다. 규정은 유지되었고, 그 위에서 새로운 판정 논란이 반복되며 불만이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를 인지하고도 근본적 수정을 미룬 선택이 결과적으로 신뢰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 비판: 규칙이 많을수록 일관성은 떨어진다
가장 본질적인 비판은 “규칙이 많아질수록 판정이 더 일관될 것”이라는 전제가 현실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부 조항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실제 사고 발생 시 어떤 규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해진다. 이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판정이 내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스티워드 역시 모든 조항을 동일한 비중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특정 조항을 강조하면 다른 조항과 충돌하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커진다. 결과적으로 규칙이 많아질수록 판정은 더 복잡해지고, 외부에서는 “왜 저 상황은 처벌되고, 이 상황은 처벌되지 않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반복적 혼선은 FIA 판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규칙의 목적이 공정성과 명확성이라면, 현재의 가이드라인은 그 목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안되는 해결책: 단순한 규칙과 전문성 강화
기사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의 핵심은 ‘문서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첫째, 규칙의 수를 줄이고 핵심 원칙 위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규정하기보다, 추월권·공간 제공·차량 통제와 같은 기본 원칙만 명확히 제시하고, 나머지는 현장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둘째는 경험 많은 전문 스티워드를 상시 배치하는 구조다. 단기적으로 교체되는 스티워드보다, 레이스 경험과 판정 이력이 축적된 인물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경우 판단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높아진다. 이는 문서를 늘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신뢰 회복 수단이라는 평가다. 결국 드라이빙 스탠다드 논란은 규칙의 양이 아니라,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구조의 문제다. 단순한 규칙과 전문성 있는 판단이 결합될 때, F1은 다시 ‘레이싱다운 레이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F1 드라이빙 스탠다드 가이드라인 논쟁은 단순한 규칙 문제를 넘어, 레이스의 본질과 판정의 신뢰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복잡해진 문서는 오히려 혼란을 키웠고, 드라이버들은 단순하고 상식적인 판단으로의 회귀를 요구하고 있다. 규칙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핵심 원칙 정리와 전문 판정 인력 강화가 F1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회복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