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실버스톤 서킷은 포뮬러 1의 전통과 기술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빠른 평균 속도, 연속된 고속 코너, 잦은 바람 변화 등으로 인해 실버스톤은 드라이버뿐 아니라 엔지니어에게도 높은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본 글에서는 실버스톤 서킷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세팅 전략을 공기역학, 서스펜션, 타이어 관리라는 세 가지 핵심 항목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공기역학 세팅 – 고속 다운포스의 균형 잡기
실버스톤은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서킷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코너인 ‘매곳츠-베켓츠-채플’ 구간은 연속된 고속 코너 조합으로, 차량의 다운포스 성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구간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통과하려면 고속에서도 차량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다운포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랩타임을 줄이기 위해선 직선 구간에서의 속도도 중요합니다. 특히 ‘행가 스트레이트(Hangar Straight)’와 피니시 라인 구간에서 최대 속도를 확보하지 못하면 추월 기회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팀들은 고다운포스와 직선 속도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2024 시즌에서 레드불과 맥라렌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레드불은 후방 다운포스를 낮춰 DRS의 효과를 극대화했고, 맥라렌은 프론트 다운포스를 유지해 코너 진입 속도에서 강점을 보였습니다. 실버스톤에서는 공기역학 밸런스가 곧 랩타임이며, 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디퓨저의 각도, 리어윙 조절, 플로어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됩니다. 또한 바람의 방향도 중요합니다. 실버스톤은 노출된 지형 탓에 바람의 세기가 자주 바뀌며, 이는 브레이킹 포인트나 코너 진입 안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시간 윙 조정이나 트랙션 제어 셋업도 이 변수에 따라 조절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실버스톤은 ‘다운포스는 충분히, 저항은 최소화’라는 모순된 조건을 가장 정교하게 맞춰야 하는 서킷입니다.
서스펜션 및 차고 세팅 – 코너링과 노면 충격 흡수의 밸런스
실버스톤의 고속 코너는 대부분 회전 반경이 넓은 고속 커브지만, ‘클럽’이나 ‘루피’ 같은 중속 코너와도 함께 섞여 있어 서스펜션 세팅이 중요합니다. 너무 단단한 세팅은 트랙션 손실을 유발하고, 너무 부드러운 세팅은 차량의 바운싱을 유발해 연속 코너에서 불안정성을 유도합니다. 또한 실버스톤은 평평한 듯 보이지만 미세한 노면 요철이 곳곳에 있으며, 특히 '베켓츠' 이후 채플 코너 진입 시 노면 반응이 차량의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때문에 중간 경도의 스프링과 안정적인 안티롤바 세팅이 가장 많이 채택됩니다. 프론트는 민첩한 응답성을 위해 약간 단단하게 설정하고, 리어는 안정성을 위해 약간 부드럽게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라이드 하이트(차고 높이) 역시 민감한 항목입니다. 너무 낮게 세팅하면 다운포스는 증가하지만 언더플로우가 노면과 접촉할 위험이 있어 속도 손실이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으면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디퓨저 효과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버스톤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낮은 라이드 하이트가 주로 사용되며, 이는 고속 코너에서의 접지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밸런스는 트랙션 손실을 막기 위한 중요한 세팅입니다. 실버스톤에는 극단적인 감속 포인트가 많지는 않지만, 고속 상태에서의 감속이 많은 만큼 브레이크 온도 조절과 디스크 재질 선정도 신중해야 합니다.
타이어 전략과 열 관리 – 고속 마모 대응법
실버스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타이어입니다. 피렐리는 일반적으로 C1~C3 하드 컴파운드를 공급하며, 이는 고속 코너에서 발생하는 강한 횡압과 마모에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코플스(Copse)’ 코너와 ‘스톨(Stowe)’은 높은 속도에서 강한 접지력을 요구하며, 이에 따라 타이어의 좌우 마모 편차가 크게 발생합니다. 레이스 중 타이어의 내구성과 열 관리는 성능 유지에 핵심적입니다. 고속 코너를 반복해서 통과하면 타이어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이로 인해 표면이 과열되면 블리스터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팀은 서스펜션 댐핑 세팅을 조절하거나 타이어 캠버 각도를 보수적으로 설정합니다. 2023~2024 시즌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팀이 2스탑 전략을 채택했으며, C2에서 C1 컴파운드로 전환하는 구간에서 가장 큰 랩타임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타이어의 워밍업 성능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실버스톤은 빠른 첫 랩을 요구하지만, 타이어가 충분히 데워지지 않으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예선에서는 브레이크를 이용해 타이어 온도를 올리는 브레이크 히팅 전략이 자주 사용됩니다. 결선에서는 트랙 온도와 풍속을 고려해 앞뒤 타이어의 공기압과 초기 온도 차이를 조절하며, 이를 통해 균형 잡힌 그립을 유지합니다. 최근 트렌드는 리어 타이어의 과열 방지를 위해 리어 서스펜션의 롤 센터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하며, 이는 타이어의 무게 중심 이동을 줄이고 마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버스톤은 기술력과 전략이 교차하는 고난도 서킷입니다. 고속 구간에서의 안정성, 코너링 균형, 타이어 마모와의 전쟁까지. 모든 세팅 요소가 긴밀하게 맞물리지 않으면 랩타임과 성적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팀과 드라이버 모두 최고의 집중력을 요구받습니다. 완벽한 세팅을 통해 레이스를 지배하는 팀은 단순한 속도를 넘어, 정밀한 공학과 실전 데이터를 통한 통합적 전략을 구현한 팀입니다. 그리고 실버스톤은 그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무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