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는 2024년 시즌 도중, 놀랍게도 2025 시즌 머신 개발을 4월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F1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과연 전략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페라리의 이례적인 전략 결정의 배경, 내부 계산, 그리고 2026 시즌 규정 변화와의 연관성을 심층 분석한다. F1 팀 운영이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서 어떻게 장기 비전을 중심으로 결정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페라리의 2025 시즌 개발 중단, 단기적 손실 감수
페라리가 2025 시즌 차량 개발을 조기 중단한다는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포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F1에서 가장 높은 전략 난도를 지닌 선택 중 하나다. F1은 기술 개발 속도전이자 비용관리 싸움이기 때문에, 개발 중단이라는 선택은 곧 남은 시즌에서의 성적 저하를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는 이 결정을 내렸는데, 그 배경에는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한계 구조와 비용 상한제(코스트 캡) 환경이 존재한다. 코스트 캡 이후 팀들은 시즌 중 업데이트 횟수와 연구 개발량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F1 기술 부문에서는 차량 개발을 ‘단기 최적화(Short-Term Optimization)’와 ‘장기 혁신(Long-Term Innovation)’으로 구분하는데, 비용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극대화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페라리는 2025년 머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공기역학적 효율 문제, 타이어 윈도우 관리 실패, 고속 코너에서의 불안정성 등을 분석한 결과, 근본적 설계를 손대지 않는 한 경쟁력 개선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의 2024→2025 차세대 머신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은 ROI(개발 투자 대비 성과)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라넬로의 내부 인력 구조 역시 장기 프로젝트 전환이 절실했다. 파워트레인 부문, CFD 해석팀, 바람 터널 운영팀, 전자제어 시스템 개발팀 등은 모두 특정 시즌에 집중하면 장기 개발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파워 유닛 구조가 크게 바뀌는 2026 규정에서는
- 냉각 시스템 재설계
- 배터리 모듈 구조 변경
- MGU-K 에너지 회수 효율 극대화
- 하이브리드 매핑 안정화
등 초기 설계가 시즌 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구조다. 따라서 페라리는 2025년 개발을 지속해도 “중위권~상위권 복합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손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26~2028 시즌 3개년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매우 공격적인 장기 전략이다. 지금의 페라리는 “당장 1승”보다 “3년 연속 챔피언십 가능성”이라는 더 큰 목표를 택했다.
2026 F1 규정 대변화, 선제 대응의 중요성
2026 F1 기술 규정은 최근 15년 사이 가장 극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파워 유닛 규정 변경뿐 아니라, 차량 전체의 철학과 개발 방향성을 완전히 재정의해야 하는 수준의 개편이다. 이 때문에 팀들은 최소 18~30개월 전부터 개발을 진행해야 하며, 선제적 대응이 뒤늦은 개발보다 수 배의 성능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26 규정의 핵심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① 하이브리드 파워 유닛의 전력 비중 증가
내연기관(ICE)은 출력이 감소하고, MGU-K가 전체 출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배터리 기술, 열관리(thermal management), 에너지 회수 효율이 성능의 핵심이 된다는 의미다. 페라리는 이미 지난 몇 년간 ERS 맵핑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2026 PU 개발에 후순위로 들어가면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② 공기역학 규정의 대폭 변경
2026년 차량은 기존보다 다운포스가 감소하고, DRS가 사실상 약화되며, 공기 흐름 자체가 더 깨끗해진 상태에서 레이스가 진행된다. 이는 CFD 모델링, 트랙 시뮬레이션, 바람 터널 데이터 간의 일치도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또한 차량 무게가 줄어들고 차체 크기가 재조정되므로, 페라리가 그동안 약점이었던 코너링 일관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③ 지속가능 연료(SAF) 사용 의무화
엔진 연소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며, 연료 펌핑 압력, 점화 타이밍, 터보 효율 등 모든 요소가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페라리는 연료 파트너인 셸(Shell)과의 협업을 조기 강화하며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듯 규정 변화가 크기 때문에, 개발 시작 시점이 성능을 결정짓는다. 레드불과 메르세데스는 이미 2024년 중반부터 2026 규정을 위한 프로토타입 엔진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아우디는 최초 진입 팀임에도 2026 PU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경쟁 속에서 페라리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2025 개발 중단 → 2026 집중이 반드시 필요했다. 바서는 실질적으로 “2026 머신 개발은 2023년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내부 판단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팀 내부 반응과 페라리 팬들의 기대감
페라리는 F1에서 가장 강한 전통과 팬덤을 가진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즌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결정은 내부 갈등과 외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엔지니어링 팀 내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의견이 충돌했다. 첫째, 기술 부문의 일부는 2025 시즌에서도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력 유지”를 주장했다. 특히 공기역학 팀은 2025년용 바디워크와 지면효과 개선 패키지를 이미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은 기술적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둘째, 파워 유닛과 시뮬레이션 부문은 2026 준비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주장했다. 내부 소스에 따르면 페라리의 ERS 시스템은 레드불·메르세데스보다 약 6~9개월 뒤처져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결국 바서의 판단은 “조직 전체 최적화”를 우선한 것이다. 단기 성적보다 장기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모든 리소스를 2026년 프로그램으로 결집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팬들의 반응은 크게 양분되었다:
비판적 시각
- 페라리는 매년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는 변명만 반복한다.
- 2025년 머신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해밀턴의 적응 여지조차 줄어든다.
긍정적 시각
- 2008년 이후 우승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 2026 규정 전환은 2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다.
- 잠깐의 희생으로 장기 지배력을 확보하는 전략은 충분히 타당하다.
페라리는 그동안 ‘시즌 중반까지는 강하지만 후반에 떨어지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이는 구조적 문제였고, 바서는 이를 끊기 위해 “단기 만족을 포기하는 용기”를 택했다. 페라리가 2026 시즌 전환에 성공한다면, 이번 선택은 후대에 “페라리의 부활을 이끈 역사적 결정”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페라리의 2025 시즌 개발 중단 결정은 단기 성적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2026년부터 적용될 F1 대개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이 움직임은, 향후 시즌에서의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F1을 단순한 레이싱이 아닌 기술과 전략의 복합 산업으로 바라본다면, 이번 결정은 매우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페라리가 과연 이 전략으로 다시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신 F1 전략과 규정 변화가 궁금하다면, 공식 뉴스와 팀 발표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