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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가 인정한 F1 규정의 한계 (그라운드이펙트, 라이드하이트, 바운싱)

by papajuju 2026. 1. 2.

fia 규정

 

FIA가 2022년부터 적용된 F1 기술 규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라운드 이펙트 시대를 열기 위해 도입된 이 규정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목표로 설계됐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라이딩 하이트 문제와 바운싱 현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 발언은 규제 당국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한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2~2025 그라운드 이펙트 규제의 명과 암

2022년부터 적용된 그라운드 이펙트 규정은 **FIA**가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추월 난이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으로 설계됐다. 차체 상부의 복잡한 윙과 바지보드를 단순화하고, 차체 하부의 벤츄리 터널을 통해 다운포스를 생성함으로써 후행 차량이 난기류 영향을 덜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이론적으로는 공기역학 효율을 높이면서도 레이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법이었다. 실제 초기 시즌에서는 일부 긍정적 효과도 확인됐다. 중하위권 팀 간 랩타임 격차가 줄었고, 특정 트랙에서는 근접 주행 구간이 늘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팀들은 규정의 ‘허용 범위 내 최적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결과 규정의 취지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FIA가 의도했던 안정적인 하부 공력 활용보다는, 극단적인 다운포스 극대화 경쟁이 벌어지며 부작용이 드러난 것이다. FIA가 2022~2025 규정 주기를 자체적으로 재평가한 배경에는 바로 이 지점이 있다. 규정은 분명 방향성 면에서는 옳았지만, 실제 트랙에서 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극단적 해석과 셋업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이는 규정 설계 단계에서의 이상적인 가정과 현실의 경쟁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라이딩 하이트 설계 실패와 바운싱 문제

FIA 싱글시터 디렉터 니콜라스 톰바지스가 언급한 ‘miss’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라기보다, 경쟁 환경에 대한 예측 실패에 가깝다. 그라운드 이펙트 규정 하에서는 차체 하부와 노면 사이의 간격, 즉 라이딩 하이트가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FIA는 일정 수준의 라이딩 하이트를 유지할 것이라는 가정을 했지만, 실제 팀들은 최대 성능을 위해 그 한계를 과감히 넘어서기 시작했다. 차체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하면 하부 공력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순간 차량이 급격히 상하 진동하는 바운싱 현상이 발생한다. 2022 시즌 초반, 거의 모든 팀이 이 문제에 직면했으며,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 이슈를 넘어 드라이버의 시야 저하, 목과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 등 안전 문제로까지 번졌다. FIA는 이후 기술 지침과 규정 수정을 통해 바운싱을 완화하려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정 설계 단계에서 라이딩 하이트에 대한 제한과 현실적 대응을 더 정교하게 마련했어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톰바지스의 발언은 FIA가 이 문제를 단순히 팀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규제 기관 스스로의 판단 오류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플랭크 마모 검사와 규정 집행의 어려움

라이딩 하이트가 극단적으로 낮아지면서 플랭크 및 스키드 블록 마모 검사는 규정 집행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플랭크는 차체 하부가 노면에 과도하게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이지만, 동시에 경기 후 실격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문제는 이 마모가 트랙 특성, 노면 상태, 연석 사용 빈도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2023 미국 그랑프리라스베가스 그랑프리에서 발생한 논란은 규정의 명확성보다 집행의 현실성이 더 큰 문제임을 보여줬다.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모든 차량과 모든 상황을 완벽히 동일한 조건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톰바지스는 이 과정에서 검사 기준의 표준화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규정 자체가 극단적인 셋업을 유도하는 구조라면 집행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 규정이 집행 가능성까지 포함해 설계돼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규정이 지나치게 미세한 차이에 의존할 경우, 공정성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FIA의 자기평가와 향후 규제에 남긴 교훈

FIA는 이번 규정 주기에 대해 전면적인 실패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 변수 하나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라운드 이펙트 자체는 레이스 품질 개선이라는 목표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라이딩 하이트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한계로 남았다. 이는 기술 규정이 단순한 공력 목표 달성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향후 F1 규제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팀의 극단적 선택’을 전제로 사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팀들은 언제나 규정의 허용 범위 안에서 최대 성능을 추구하며, 이는 종종 규제 당국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규정은 이상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뿐 아니라, 실제 트랙에서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설계돼야 한다. FIA는 이번 경험을 통해 규정 도입 이전 단계에서 더 깊은 검증과 현실 기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이는 2026년 이후 새로운 기술 규정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그라운드 이펙트 시대의 시행착오는 향후 F1 기술 규제 역사에서 중요한 참고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번 FIA의 솔직한 인정은 F1 역사에서 보기 드문 장면으로 평가된다. 2022년 그라운드 이펙트 규정은 F1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동시에 라이딩 하이트와 바운싱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이 경험은 향후 F1 규제가 보다 균형 잡히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